그린이 물 위에 떠 다닌다?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호수 위에 떠서 움직이는 그린을 노리는 골프장이 실제로도 존재한다. 미국 아이다호의 쿠르달렌 리조트 골프 코스 14번 홀이 바로 그 곳이다.

쿠르달렌 리조트(Coeur d’Alene Resrot)는 미국에 있지만 그 이름이 영어가 아닌 불어다. 리조트가있는 곳의 지명이 쿠르달렌인데, 뭔가 이국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 지역에는 쿠르달렌 호수라는 아름다운 호수도 있으며, 골프 코스가 이 호수를 끼고 있어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미국의 유명 골프잡지들이 모두 이곳을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 코스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 코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름다운 풍광보다도 물 위에 떠 다니는 ‘플로팅 그린’이다.

쿠르달렌 리조트 골프 코스 14번 홀(파3)은 그린이 호수 위에 떠 있는 인공섬에 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섬에 만든 게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인공섬이기 때문에 그린을 수시로 옮길 수 있다. 언제든지 거리 조정이 가능하다.

또 한 가지 특징은 14번 홀에서 퍼트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홀에서 이용하는 전용 보트인 ‘퍼터 보트 셔틀’을 타고 그린이 있는 인공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퍼터 보트 셔틀은 최대 6명까지 탈 수 있다.

섬처럼 떠 있는 그린은 투어의 유명 대회에서도 볼 수 있다. 2017년 김시우의 우승으로 유명해진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의 17번 홀(파3) 역시 물 위에 떠 있는 그린으로 유명하다. 전장 137야드로 짧은 코스지만, 섬처럼 놓여 있는 그린에 정확하게 공을 안착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톱 프로들도 실수를 쏟아내는 홀로 악명 높다.

쿠르달렌 리조트의 14번 홀은 소그래스TPC의 17번 홀보다 전장이 긴 218야드로 기록돼 있다. 물론 앞서 설명했듯이 그린 위치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길이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톱 랭커들이 17번 홀의 티샷을 물에 자주 빠뜨리듯, 이곳에 선 아마추어들은 심리적으로 큰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거리와 궤도를 정확하게 맞히는 실력도 필요하고, 바람도 도와줘야 한다. 14번 홀에서 1온으로 파에 성공한 골퍼는 쿠르달렌 리조트가 발행해주는 특별한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쿠르달렌 리조트는 1965년 개장했고, 18홀짜리 골프 코스와 338개 객실을 보유한 호텔, 스파, 컨벤션 센터 등을 마련된 럭셔리 리조트다. 골프 코스는 1991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14번 홀의 플로팅 그린은 무게 2300톤의 인공섬으로, 골프 코스 개장 직전인 1990년 9월에 건설 작업을 마쳤다. 코스 디자인은 피닉스 출신의 디자이너인 스콧 밀러가 맡았다. 자연 공원처럼 아름다운 코스로 만든다는 게 설계 콘셉트였다.

이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