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설계의 장인'으로 불리는 피트 다이(미국)가 천상의 코스로 떠났다. 향년 95세.

골프채널 등 미국 내 주요 매체들은 10일 다이가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다이는 최근까지 치매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는 골퍼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유명 코스 설계가다. 1925년생인 다이는 아마추어 코스 설계가였던 아버지 폴 프랜시스 다이의 영향으로 골프장에서 자랐다. 주니어 골프 선수 생활을 거쳐 보험 회사 영업 사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1959년부터 코스 설계 일에 뛰어들었다.

다이가 남긴 코스는 주옥같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 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우그래스가 다이의 작품이다. 이 밖에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과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 개최 코스인 키아와 오션 코스, 휘슬링 스트레이츠도 설계했다. 그가 전 세계에 설계한 코스는 100개가 넘는다.

다이의 설계 철학은 도전적인 코스 설계에 있다. 골프의 가치는 도전적인 것에 있다고 보았으며, 작고 어려운 그린을 만들고 그린 옆에 벙커를 곳곳에 배치해 정확하지 않은 샷에는 대가를 치르도록 했다.다이는 골프계에 공헌을 인정받아 지난 2008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 활동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아내 엘리스였다. 다이처럼 골프 선수 생활을 했던 엘리스는 남편과 함께 코스 설계 일을 시작하면서 평생의 파트너가 된다. 그러나 엘리스는 지난해 2월 다이에 앞서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91년 PGA 투어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피트 다이와 엘리스 다이.

다이의 정신은 그의 자녀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둘 사이의 2남1녀 역시 코스 설계가 일을 가업으로 이어받게 되면서 온 가족이 코스장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장남인 페리 다이는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와 제주도 캐슬렉스CC를 설계했다. 막내 딸 신시아는 경기도 여주의 페럼골프클럽와 충북 청원의 이븐데일GC 설계자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